??? : 불꽃이 참 아름답네요
국민이 반대하는 대통령 탄핵을 진행하고 웃음을 짓던 사람이
국민이 열망하는 대통령 탄핵을 당하고 쓴웃음을 짓게 되었다.
불쌍하다, 안됐다. ㄹ혜를 지지하던 많은 사람들이 특히 어르신들이 하는 말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살아온 게 불쌍하지 않냐는 말이다. 물론 불쌍한 것만으로 지지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딘가에서 본 듯한, 낯설지 않은 마음가짐이 느껴진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과 같은 임을 향한 애틋한 마음. 그렇다. 이들에게 ㄹ혜는 왕좌를 잠시 빼앗겼던 왕족인 것이었다. 누군가는 우스갯소리로 공주님이라고 했겠지만, 이 사람들에겐 진심이요, 절실했던 것이다. 비운에 스러져간 왕과 왕비, 그리고 외로이 살아온 맏딸. 스토리만 보면 정말 가슴 뭉클하지 않은가. 우리에겐 코미디지만, 누군가에겐 심금을 울리는 신화였던 것이다.
무서운 것은 이 공주님 스스로도 자신을 왕족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조선의 왕이 종묘사직에 제를 올리듯 아비의 제를 지냈고, 조선의 왕이 선왕의 덕을 칭송했듯 아비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수십 년 전 청와대에서 나온 후 칩거하던 세월은 왕좌를 되찾기 위한 와신상담이었고, 그녀의 옆에서 암약하던 무리들은 개국공신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우매한 민중들이 나의 선덕을 몰라보고 일으킨 봉기에 왕좌를 다시 뺏기게 되었으니, 진심으로 원통하고 억울하지 않을까.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실화라니 쓰고 있으면서도 믿기가 힘들다. 다행히도 대한민국의 현대적 국가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았는지, 이 18세기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듯한 봉건적 지도자의 전횡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그리고 비로소 축출의 직전까지 오게 되었다. 우리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민주주의의 역사는 정말 짧다. 그러니 아직 전근대적 왕조의 통치를 받는 것을 더 안락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해는 간다. 종교와도 같은 정치 성향을 바꾸라고 이들에게 강요할 수 있을 리는 만무하다. 다만 시대를 거듭할수록 민주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세대로 교체되며 자연스레 바뀌는 것을 기대할 뿐이다. 그러한 세상이 오기 전까지는 뜻있는 사람들이 이번 일과같이 조금 더 똘똘 뭉쳐서 균형을 맞추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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