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만화 꼴친미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위해

2014년 6월에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길을 따라 홀로 국토종주를 했다.

사진도 많이 찍고 자전거 블랙박스 영상도 전 구간에서 찍어 놓았는데 아직까지 정리를 하지 못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옛날 폴더를 뒤지다가 여행 직전에 간략히 적어 놓은 계획을 발견했다.

물론 계획대로 진행은 못했다. 늦잠을 자서 야간 라이딩을 주로 하는 등 파행의 연속이었다...

수안보 온천 다음엔 이화령 구간인데 해질녘에 진입했다가 일진광풍이 불어 날려온 벌에 쏘이고 천둥번개가 치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매우 무서운 라이딩을 하기도 했다. 주변에 사람도 없고 차도 없고 가로등도 없이 전조등에 의지해서 깜깜한 산길을 헉헉대며 올라갔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무섭다. 사실 무서워서 힘든 줄도 몰랐던 것은 개이득인 부분인듯.

경상남도 쪽에서는 펑크가 났는데 하필 예비로 준비해간 튜브조차 말썽이라서 자전거집을 찾느라 고생한 적도 있다. 적교장 모텔 아저씨가 많이 도와주셔서 참 감사했는데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다. 다시 국토종주를 하면 찾아뵙기로 하였으나 그럴 기회를 마련하지 못해서 아쉽다.

전체적으로 길이 참 잘 되어 있으며, 자동차와 함께 달려야 하는 위험한 구간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다만 지자체별로 자전거길의 관리 상태가 달라서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관리 상태가 나쁜 경우도 자주 있엇다.

초보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 생고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가는 속도가 느릴수록 중간중간 물 보급을 할 위치도 신경써야 하고 식사와 잠자리는 어디서 해결해야할지 미리 고민을 해야 한다.

자칫하면 무인지경에서 전조등 배터리도 없이 깜깜한 시골길을 달려야 할수도 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외진 곳이라고 해도 긴급한 상황에는 119 등 도움을 청할 만한 곳이 있고 드문드문 지나가는 라이더들도 도움을 주실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큰 국토종주의 묘미는 뻥 뚫린 길을 달리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는 것이다. 

특히 도시에 태어나 빌딩숲이나 산으로 가로막힌 풍경에만 익숙했고, 마음껏 자전거 페달을 밟을 만한 기회가 없었던 분들은 정말 신날 것이다.

사람이 많은 대도시 하천변의 자전거길과는 완전히 다르다. 적어도 내 시야 안에는 아무 사람도 없고 내 마음대로 페달을 밟을 수 있고 신경쓰일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이 오롯이 자전거길의 풍경과 나만이 존재하는 순간들을 만끽할 수 있다.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풍경과 그 순간들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물론 종점까지 완주를 하고 나서 느껴지는 성취감도 무시하지 못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며 구경했던 풍광이 주는 감동이 더 대단했다.

글을 쓰는 이 순간 다시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조만간 다시 도전을 해야겠다. 그동안 체력은 바닥이 되었지만.


자전거 국토종주를 계획하는 분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 될까 하여 약간의 경험을 추가하여 당시 세웠던 계획을 올려보겠다.

다만 2014년의 경험이라 지금은 도로 상태 등의 환경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참고만 하시기를 권해드린다.

또한 구체적인 지명이나 갈림길 등도 당시 기준이므로 참고만 해주시길 바란다.



<국토종주 간단 팁>


** 국토종주 자전거길 수첩은 온라인, 오프라인 구매가 모두 가능하다. 오프라인 판매처는 다음 사이트 참고(http://www.bike.go.kr/cert/27)

** 인증센터의 도장밥이 말라붙었거나 해서 도장을 제대로 찍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인증센터의 사진을 찍으면 인정해준다고 한다.

** 인증센터 근처에는 보통 인근 숙소의 광고가 있다. 외진 곳은 전화하면 태우러 오기도 한다.

** 잠 만큼 중요한 게 보급이다. 경기도권을 벗어나면 무인지대가 많기 때문에 물/이온음료 충당에 신경써야 한다.

** 한번 크게 데여 보면 무거워도 음료수를 2~3개씩 지니고 다니게 된다. 초코바와 핫바 등 식량도 들고 있어야 한다. 외진 곳에서 탈진하면 낭패다.

** 엘리트코르사같은 큰 물통이 있으면 좋은데 이거 하나로는 모자랄 수도 있으므로 500ml 생수 정도는 추가로 갖고 있는 것을 추천한다.

** 특히나 자신의 속도가 느린 편이라면 다음 보급소까지는 멀고 멀어서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

** 펑크를 대비해서 펑크패치 키트는 가지고 가자. 예비로 타이어튜브도 챙기면 좋다.

** 손펌프도 기본이다. 타이어 공기압에 따라서 체력소모가 많이 차이난다.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1~3만원 정도면 구매가 가능하다.

** 기대와는 달리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불가피하게 야간주행을 해야 할 일이 생긴다. 따라서 밝은 전조등을 설치해야 한다.

** 중간중간 차도와 접하는 곳이 있다. 통행량이 많지는 않지만 차량과 함께 달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안전을 위해서 후미등(자체발광)을 꼭 달자.

** 패드바지나 패드속바지는 필수다. 이것이 없으면 어느덧 수건으로 안장을 감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물론 패드바지를 입어도 아프다.

** 옷은 빨리 마르는 것으로 한 벌, 숙소에서 입을 것 한 벌 정도가 필요하다. 숙소에서 재빨리 빨래를 하고 밤새 말린 후 입고 가야 한다.

** 백팩도 괜찮은데 허리가 아플 수도 있다. 자전거에 자전거용 짐가방을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멘소레담, 마데카솔, 대일밴드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그리고 쓸 일이 없는 것이 제일 좋다.

** 번호키는 꼭 챙기자. 잠시 밥먹을 때라도 채워둬야 마음이 편하다. 식사를 위해서는 근처 번화가로 나가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 길 찾는 법 : 필자의 경우 네이버 지도로 거의 다 해결되었다. 

** 스마트폰 거치대가 자전거에 있으면 좋다. 지도 어플을 켜 놓고 참고하면서 갈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큰 용량의 보조배터리는 필수다.

** 계획된 경로보다 더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따르지 않아도 무방하다. 단, 보급이나 난코스(e.g. 이화령)는 항상 염두해야 한다.

** 간혹 무아지경으로 타다 보면 계획과는 다른 자전거길로 빠지는 수가 있다. 특히 합수부에서 조심하자.

** 대부분 강변을 따라 자전거길이 있고 하천의 양쪽으로 길이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다리도 적절히 건너야 한다.

** 항상 지도를 참고하여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략적인 국토종주 일정은 다음 글에 포스팅하였으니 참고 바란다.

자전거 국토종주 경험담 및 팁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