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만화 꼴친미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위해

평생 낚시라고는 초등학생 때 이모부를 따라 민물에선 붕어 떡밥낚시, 바다낚시로는 포항에서 고등어/학꽁치 낚시를 해본 게 전부였다.


게다가 붕어낚시를 할 때에는 채비를 잘못 던져서 낚시바늘이 중지에 박혔던 적이 있다.


낚싯바늘의 미늘 때문에 곧바로 빼내지도 못하고 이모부의 도움으로 들어간 방향으로 더욱 밀어넣는 방법으로 - 손가락 피부를 관통해서 - 꺼냈던 기억이 난다.


적절한 조치였기 때문에 후유증은 없었지만 그 당시 워낙 충격을 받은 탓인지 아직도 낚싯바늘이 무섭다.


바닷가에 갈 일이 있을 때에는 낚시하는 사람들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을 정도니까.


어쨌든 초등학생 때 이후로는 낚시를 가본 적이 없으니 낚시라면 아주 문외한인 채로 살아왔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이런 저런 힘든 일도 겪고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취미 생활이란 것에 눈 뜨기 시작했다.


사람들하고 부대끼는 게 너무나 싫어서 웬만한 활동은 엄두도 나지 않았고, 그렇다고 게임은 더 이상 재미가 없었다.


혼자 놀 수 있으면서도 새롭고 재미난 것이 뭐가 있나 찾아봤더니 낚시가 성미에 딱 맞는 듯했다.


우선 비슷한 일을 하는지라 죽이 잘 맞는 친구와 상의하여 낚시를 시작해 보기로했다. 물론 둘 다 초보라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런데 친구가 취미생활 따위에는 신경쓰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게 바빠지는 일이 생겼다.


하지만 이미 초보자용 원투낚싯대 세트를 구매했으므로 그냥 혼자서라도 가 보기로 했다.


원투낚시니 찌낚시니 루어낚시니 아무 개념도 모르는 채로 그렇게 내 낚시 인생은 시작되었다. (2016년 5월)



평소에도 혼자 차 타고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즐겼기에 장거리 운전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고, 무작정 핫하다는 낚시 포인트를 검색해보았다.


내가 가진 낚싯대가 원투낚싯대라는 것 정도만 알았기에 원투낚시 포인트 위주로 검색해 보았는데 울진 후정해수욕장에서 감성돔이란게 나온다고 했다.


무작정 그곳으로 달려갔고, 도착한 해수욕장에는 그러나 길다란 낚싯대로 중무장한 조사님들이 꽤 있었다.


채비를 던지는 법조차 잘 몰라서 그 옆에서 던져댈 용기도 안났고 무엇보다 의미 있는 수심까지 던지기에는 장비가 역부족인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울진부터 해안도로를 따라 북상하며 캐스팅 연습을 할 만하면서도 별로 사람이 없이 힐링할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해질녘에 봉평해수욕장이란 곳까지 흘러갔는데 주변이 조용하길래 포인트가 좋든 말든 그냥 던지기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자리를 폈다.


채비법, 줄 묶는 법, 지렁이 꿰는 법 모두 생소했고(아직도 지렁이는 맨손으로 못 잡는다)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첫 캐스팅을 했다.


생각보다 캐스팅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비거리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꾸 반복하다 보니 어느 정도 익숙해 지는 것 같았고, 고기가 잡히든 안 잡히든 일단 참 뿌듯했다.


우리 나라 바다에는 어떤 고기가 있는지, 어디가 좋은 포인트인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렇게 던지고 기다리고 다시 끌어서 확인해보고를 반복하였다.


입질이란 것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어떤 게 입질인지, 파도나 바람에 흔들리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열심히 초릿대를 바라보았다.


참 여유롭기는 했다. 강태공이 세월을 낚는 다는 것이 이런 기분인 것인가!


몇 번의 캐스팅과 회수를 반복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그러다 지렁이가 잘 있나 보려고 채비를 회수하는데 아주 조금 낚싯대가 무거웠다.


바닥에 자갈이 많은 게 느껴졌기 때문에 작은 돌멩이라도 하나 끌려오나 싶었는데 웬걸!


뭔지는 모르겠지만 손바닥 만한 물고기 하나가 걸려 올라왔다!!! 이 때의 감격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어렸을 때야 이모부가 채비를 다 해주신 것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셋팅하고 내가 자리잡은 곳에서 처음으로 물고기란 것을 낚는 순간이었다.


너무나 기뻐서 연신 사진을 찍어대고 그나마 물고기를 좀 아는 친구한테 사진을 보내주니 놀래미란 것이란다.


이 때가 2016년 5월 1일이다.


그리고 전혀 쓸 일이 없을 것 같았던 두레박에 잡은 놀래미를 넣었다. 


초보인 탓에 무리하게 낚싯바늘을 빼서 그런지 놀래미가 힘이 없었지만...


그렇게 손맛 아닌 손맛을 보고 신이 나서 다시 낚시를 계속했고, 비슷한 사이즈의 놀래미 한 마리를 더 낚을 수 있었다.


어느덧 해가 지고 깜깜해졌기 때문에 무섭기도 해서 그렇게 감격적인 첫 낚시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그런데 두레박에 담아 놓았던 놀래미 두 마리가 죽어 있었다. 모아 놓고 한꺼번에 풀어주리라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먹을 수 있는 사이즈도 아니고 가져갈 것도 아니었는데 바로 풀어주지 않은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었다.


이후로는 작은 고기를 잡으면 그 때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바늘을 빼서 고이 살려서 보내준다.


지금 와서 알게 된 것인데, 바늘이 잘 빠지지 않으면 무리해서 빼기 보다는 바늘에 연결된 줄만 자르고 풀어 주는 쪽이 낫다고 한다.


왕초보의 첫번째 낚시는 불쌍한 놀래미들을 땅에 묻어주고 그렇게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