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만화 꼴친미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위해

디씨인사이드 가상화폐 갤러리에 썼던 글입니다.


※반말주의※


http://gall.dcinside.com/m/ecoin/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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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전까지 진행되던 일이다.


참고로 본인은 폴로닉스 초보이다. 얼마 전 김치거래소를 떠나 폴로로 왔는데 정말 신세계였다.


김치거래소보다 돈도 좀 잘벌리는 것 같고 코인 갯수도 많아서 정말 신났다.


오늘은 어떤 코인이 급상승할지 냄새맡는 법을 배우기 위해 차트를 뒤져보고 있었다.


보통 대폭발한 코인들을 보면 당시 차트의 모습에 유사점이 있길래 그런 코인을 찾아보다 베리코인이란걸 발견했다.


내 짧은 식견으론, 차트를 보니 세력이 주기적으로 폭발시키고 개미를 유인해서 처먹는듯한 모습이었고, 이번에도 폭발하기 직전같아서 조금 사보기로했다.


개X듣보 코인이므로 존나조금만 사려고 했는데 타이핑을 잘못했는지 0.2비트어치가 사졌다.


그래, 물렸다. 그리고 예측되던 폭발은 없었다. ㅅㅂ


그런데 그냥 팔려고 하니 5%정도 손해이고, 차트 모습도 신기해서 그냥 가만히 관찰을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거래 움직임이 이상했다. 누군가 가격대를 관리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싼 매물이 나오면 귀신같이 홀랑 먹어치우는 모습도 보였다. 분명히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듯했다.


마켓뎁스 그래프도 뭔가 이상했다. 특정 가격대에 100비트를 걸어놔 매수벽을 세워놓고 뭔가를 노리는 듯했다.


처음엔 그냥 물량을 매집하고 매도물량이 사라지면 한번에 가격폭발시키고 몰려오는 개미들을 털려고 하는건가? 싶었다.



그런데, 이곳은 상상보다 더욱 끔찍한 곳이었다.


폴로닉스 거래량 하위권에 위치하여 아무도 찾지 않는 황량한 사막과 같은 이곳에는 숨겨진 거대한 개미지옥이 있었다.


이 곳을 관리하는 개미귀신은  매수-매도 가격대를 의도적으로 분리해놓고 있었다.


Buy ... ...   0.00011950          <----갭---->              Sell  0.00012001 ... ... ...


개미귀신이 사력을 다해 파놓은 매수와 매도주문의 갭은, 싼 맛에 찾아온 개미가 코인을 주문한 순간 빠져들 수밖에 없는 함정이었다.


개미가 탈출하는데 필요한 적절한 가격이라는 사다리는, 던져줄 사람도 별로 없고 있어도 개미귀신이 잽싸게 치워버리고 있었다.


결국 개미는 울며 겨자먹기로 멀리 떨어진 매수벽에 코인을 손해보며 던지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개미가 애초에 매수했던 물량또한 개미귀신의 것이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처음엔 이 개미귀신의 재력에 감탄했고, 잔꾀에 또 감탄했다.


그리고는 나도 제물을 바쳐야할 개미 중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니 분노가 치밀었다.


엿을 먹이고 싶었다. 이 개미귀신을 어떻게 엿을 먹일까.


하지만 나는 재력도 없는 힘 없는 개미일 뿐이었다.


그래서 내 자신과 타협했다.


"털릴 땐 털리더라도 최대한 짜증을 주고 정신승리하며 가야겠다."



방법은 간단했다. 개미귀신이 파 놓은 가격갭을 내가 메워놓으면 되는 것이었다.


개미귀신은 거대한 재력과는 달리 매수와 매도 쪽에 호가별로 50VRC, 60 VRC씩 벽을 쌓고 있었다.


그리고 핵심은 Sell의 최저가격을 항상 개미귀신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저 지점을 계속 공략하면 다른 개미가 구매하더라도 내 것을 사게 되는 것이니 개미귀신은 당황할 것이다.


내가 가진 물량은 VRC 2천여 개.


전체적인 재력은 당할 수 없겠지만, 개미귀신이 산개해놓은 벽 하나하나에 생채기를 내기에는 손색이 없었다.




그 사이 개미 하나가 걸려들어서 구덩이가 더럽혀졌고, 개미귀신이 다시 집을 짓는다.


예쁘게 매수벽을 다시 짓고, 이윽고 매도쪽도 설계를 하기 시작한다.


0.00012005.... 50개

0.00012004.... 35개

0.00012003.... 89개


등등...


그리고 개미귀신이 만족스럽게 0.0012001 쯤 마지막 매도주문 벽돌을 놓을 때


내가 0.00011999 쯤 2천개의 VRC를 투척했다.


개미귀신은 잠시 당황한듯 보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 까.... 개미귀신은 다시 내 호가의 아래쪽으로 자신이 하던대로 매도주문 벽돌을 쌓는다.


나 또한 취소하고 다시 개미귀신의 벽돌 아래로 매도주문을 다시 넣는다.



이세돌이 알파고와 바둑을 둘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한 수 한 수 개미귀신의 호가 아래쪽으로 매도 주문을 넣을 때마다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졌다.


개미귀신은 나의 견제를 의식한듯 매도주문의 인터벌을 달리하는 등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나의 매도 주문을 견제하고자 내 물량의 일부를 사버리는 모습도 보였다.(물량을 다시 타이핑 해야함)


하지만 나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개미귀신과 레이스를 벌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윽고 우리가 놓던 매도벽돌은 0.00011957....0.00011898..... 개미귀신의 매수벽과 가까워졌다.



이쯤 되면 개미귀신이 애초에 매수하고자 한 가격인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전략을 바꾸었다.


내 전재산을 거는 것이 아니라 1.69696969씩 걸기 시작했다.


숫자로 표현이 가능한 만국공통 음담패설 69.... 전 세계 누구나 알 법한 단어이며 이를 본 개미귀신은 나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느덧 개미귀신의 매수벽 0.00011854 다음 호가인 0.00011855에 개미귀신이 자신의 매도주문을 걸었다.


나는 갈 곳이 없어진 것이다.


개미귀신의 덫 또한 틈이 사라져 있긴 했지만... 개미귀신의 재력이면 다시 파는 것은 시간문제.



내가 더는 할 것이 없을 것이라며 낄낄거리는 개미귀신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쯤 해서 정신승리 모드로 돌입하기로 했다.


개미귀신이 원하는 가격에 내 물량을 절대 팔기는 싫었다. 이쯤 되면 돈의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개미귀신이 사주기도 애매하고 안 사기도 애매한 가격대에 69.69696969VRC씩 매도주문을 걸기 시작했다.


우연히 놀러온 선량한 개미들이 보면 무언가 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도록 최대한 많은 호가에 69를 도배해 놓았다.


개미귀신은 절대 내 물량을 사주기 싫었는지 내 호가 아래쪽으로 다시 함정을 파기 시작했지만, 


결국 개미귀신이 굴을 다시 파게 만들었다는 것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아래는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다.


2017년 6월 3일 오후 10시 54분 현재도 개미귀신은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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