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만화 꼴친미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위해

2016년 11월,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가 생각난다. 

JTBC의 비선실세 보도 이후 온 세상이 시끄러울 때였다. 국내외의 악재로 나라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 와중에도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하여 본질을 흐리고, 내각제 개헌과 같은 헛소리를 내뱉던 온갖 정치벌레들이 들끓던 시기였다. 평소에 타블렛을 사서 그림을 한번 그려보고 싶었는데 이번에야말로 저들을 능욕하며 정신승리와 함께 분노를 달래고자 네이버에 블로그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이것저것 만지다 보니 처음에는 편하긴 한데 곧 폐쇄적인 시스템이 답답하게 느껴져서 다른 곳을 알아보게 되었다. 이미 꾸며 놓은 블로그를 옮기기가 참 귀찮았는데 옮길 거면 빨리 하는 게 좋을 거라는 친구의 조언을 받아들여 재빨리 티스토리로 이사를 하였다. 다시금 이리저리 블로그를 만져보고 다른 사람들 블로그도 돌아다녀 보니 광고를 달아 놓은 블로거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남들이 하는 건 다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광고는 어떻게 다는 것인지, 수익은 나긴 나는 것인지 살펴보게 되었다. 그 결과 시간을 웬만큼 투자하지 않고서야 의미 있는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성격상 꾸준하게 블로깅을 할 리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기 때문에 곧 큰 기대는 접게 되었지만 어쩌다 커피 한번씩 사먹을 돈 정도는 나올 것 같았다. 이정도면 취미생활도 하고 푼돈도 들어오고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결론이 났다. 애드센스와 관련해서 검색을 하다 보니 "애드고시"란 말이 있을 정도로 승인받기가 어렵다고 하였다. 그런데 당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미련한 인간이기에 일단 들이받기 시작했다.



1. 유튜브 우회 방법 


유튜브 영상은 몇 개 없으나 호기심에 애드센스를 이미 달아 놓은 상태였다. 대충 알아보니 유튜브 계정을 이용하면 1차 승인은 우회할 수가 있단다(지금은 애드센스에서 1차 승인 2차 승인 구분이 없어진 듯하다). 그런데 티스토리 주소를 입력하면 아래와 같은 오류가 떴다. 관련 글들을 찾아보면 하필 내가 신청할 즈음에 나타나기 시작한 오류 같기는 한데, 동일 증상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꽤 있었다. 해결책은 xxx.tistory.com이 아닌 다른 주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설 도메인이라도 구해서 신청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도 2차 승인이 된다는 보장이 없었다. 즉, 유튜브 우회는 1차 승인은 수월하게 할 수 있으나 그 이후의 과정을 생각하면 실익이 없는 것이었다. 깔끔하게 단념하고 아예 새로이 애드센스를 시작하고자 유튜브 연동도 끊고 애드센스 자체를 탈퇴하고 다음을 노렸다.








2. 만화 + 글자 1000자


이번에는 정공법을 택했다. 만화를 그리는 것도 힘든데 거기에다 애드센스 통과를 위해서 글을 1천자 이상 적기 시작했다. 콘텐츠 불충분 사유로 퇴짜맞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1천자 이상의 텍스트가 있어야 한다는 정보를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에 따라서는 1천 5백자 내지는 2천자 가까이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식으로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서 1천자 정도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글을 하나 올릴 때마다 애드센스 신청을 눌렀다. 그렇게 만화는 20편까지 쌓였지만... 애드센스 로봇께서는 한결같이 "콘텐츠 불충분"으로 퇴짜를 놓으셨다. 텍스트를 많이 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만화를 그리는 것 자체가 힘든데다 개인적인 일까지 겹쳐서 더 이상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가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도전은 잠시 보류했다.




3. 이미지 없이 아무 텍스트나 적어놓기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터넷 생활에 투자할만한 시간이 크게 없어서 블로그를 방치하다시피 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추후 다시 블로깅을 시작하기 위해서라도 애드센스를 뚫어 놓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살아오면서 쌓아 놓았던 이런 저런 텍스트들을 블로그에 올려 놓는 방법이었다. 이미 블로그를 방치한지 오래되어서 방문자도 적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번에는 애드센스와 관련하여 인터넷에 널려 있는 정보들을 최대한 지키고자 했다. 우선 카테고리를 가급적 줄였으며, 이미지 없이 1천자 이상 되는 텍스트만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텍스트가 중요하긴 하지만 남의 글을 베낄 수는 없으니 내가 가진 텍스트들을 총동원하기 시작했다. 학부생시절 썼던 레포트라던가, 네이버 지식인 답변이라든가 아무튼 많은 것을 동원했다. 그렇게 며칠에 한 번 꼴로 글을 올리고 애드센스 지원을 반복했다. 하지만 "콘텐츠 불충분"의 벽은 전혀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4. 열심히 글 쓰기


귀차니즘 때문에 아무렇게나 복사 붙여넣기 했던 것이 패인이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관심 분야에 대한 글을 제대로 작성하되, 1천자는 충분히 넘도록 하였다. 첫 글은 누드대통령 사이트와 관련한 글이었는데, 내용상 이미지 첨부를 안하기가 힘들어서 그냥 했다(추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미지의 포함 여부는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저런 생각이 날 때마다 블로그에 글을 썼다. 양을 채우기 위해서 쓰는 글이라기 보다는 하고 싶은 말을 쓰다 보니 텍스트가 1천자는 아득히 넘는 경우가 많았다. 누드대통령 사이트 관련 글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미지 없이 텍스트로만 작성하였다. 그리고 "콘텐츠 불충분"메일을 받으면 바로 글을 쓰지 않고 쓰고 싶을 때가 오면 작성한 후 다시 애드센스 신청을 하는 패턴을 지속하였다. 사실 반쯤 포기한 상태였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고, 여유를 가지고 애드센스 관련 정보를 검색하다보니 이미지를 포함한다고 안되는 것도 아니고 꼭 1천자 이상을 채워야 한다는 법도 없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확실한 가이드라인 같은 것은 없는 셈이었고, 비교적 분명한 것은 블로그 전체에 일정 수준의 텍스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스럽게 내 스타일대로 포스팅을 하면서(단, 너무 이미지 위주로 가면 안되는 것 같다)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여태 쌓인 "콘텐츠 불충분" 메일을 모아봤다. 어마어마하다 정말.






5. 열심히 글 쓰기 + 화면 설정 바꾸기


"콘텐츠 불충분" 관련해서 정보를 찾아보다가 한 화면에 나오는 포스팅 숫자를 여러개로 늘렸더니 성공했다는 사람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하는 형식이라 여태까지 1화면 1포스팅을 고수했으나 어차피 방문자도 얼마 없으니 시도해보았다. 아마도 이게 맞다면 구글 봇이 한 페이지 내의 콘텐츠 숫자도 보는 모양인데 잘 이해는 가지 않는다.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인 분들은 한번 시도해 보시기를 바란다. 아래의 그림처럼 블로그 ADMIN으로 들어간 뒤 화면 설정 메뉴를 클릭하고 기본화면 및 선택 화면에서 노출될 포스팅 갯수를 설정하면 된다. 화면을 이렇게 설정한 뒤에 다시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글을 작성하고 애드센스를 신청하기를 반복했다. 







6. 합격


구글에서 이메일이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휴대폰으로 받았다. 그리고 항상 그랬듯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갖다댔다. 그런데 미리보기로 보여지는 제목이 좀 낯설었다. "사이트의 애드센스 연결 완료"라는 제목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애드센스 승인을 받지도 않았는데 "광고가 게재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구글에서 잘못 보낸 메일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반신반의를 했다. 그런데 확인 결과 정말로 애드센스 승인이 완료가 된 것이었다. 먼저 승인 받은 많은 분들이 보여 주었던 감격적인 이메일 화면이 나한테도 출력이 되고 있었다. 하다 보니 오기가 생겼었는데 드디어 애드센스와의 밀당에서 이긴 것이다. 이미 블로그 방문자는 바닥을 찍고 있고 앞으로도 개선될 희망도 개선시킬 여유도 별로 없어서 수익 측면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몇 달 동안 은근히 애를 썼던 것이 마침내 성공하여 매우 기분이 좋다. 이제야 마음 편히 이미지가 첨부된 포스팅도 할 수 있게 되었고(이미지의 존재 여부가 결정적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만화도 마음대로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이렇게 기분이 좋아서 경거망동하면 안된다. 마음 같아서는 여러 주제의 글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기타 카테고리를 폭파시키고 여러 카테고리로 만들고 싶은데 갑자기 카테고리를 늘리거나 급격히 조건을 바꾸면 애드센스 승인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단다. 그러니 지금 환경을 적당히 유지한 채로 조금씩 글을 늘려가며 조심스럽게 블로그를 운영해야겠다. 







7. 승인 요인 추측


사실 애드센스를 승인받는 데까지 시도한 요소들이 많아서 특정한 기준을 추정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목마른 사람 입장에서는 승인 받은 사람들이 시원하게 답을 내 놓지 않는 듯하여 답답한 것도 사실이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내가 그랬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말로 무엇 때문에 승인이 된 것인지 콕 찝어서 말을 할 수가 없다. 사실 어제 승인 메일 대신 "콘텐츠 불충분"이란 메일을 또 받았어도 그러려니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드센스에 도전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여 본인이 애드센스를 위해 지키려고 노력한 요소들을 한번 나열해 보겠다.


 (1) 텍스트 위주(최소 1천자)의 글을 비교적 꾸준히 작성한다.

 (2) 텍스트의 주제와 문장은 명확해야 한다.(문장 종결을 "-다"로 하고 표준어를 쓸 것)

 (3) 예전 포스팅에 이미지만 많다 하더라도 지울 필요는 없다.

 (4) "콘텐츠 불충분" 메일을 받으면 곧바로 재신청하지 말고 하루~이틀 정도 시간을 둔다.

 (5) 티에디션이 설정되어 있다면 이것을 끈다&화면 설정에서 한 페이지에 보여지는 포스팅 숫자를 늘린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이것들을 모두 지켜도 승인이 된다고는 장담을 못 한다. 하지만 적어도 텍스트로 대표되는 블로그의 콘텐츠 양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사진이나 움짤의 경우에는 구글 봇이 콘텐츠의 가치를 정량화하기가 애매한 탓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모쪼록 취미 생활이든 소소한 용돈 벌이든 전업 블로깅이든 애드센스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평생 낚시라고는 초등학생 때 이모부를 따라 민물에선 붕어 떡밥낚시, 바다낚시로는 포항에서 고등어/학꽁치 낚시를 해본 게 전부였다.


게다가 붕어낚시를 할 때에는 채비를 잘못 던져서 낚시바늘이 중지에 박혔던 적이 있다.


낚싯바늘의 미늘 때문에 곧바로 빼내지도 못하고 이모부의 도움으로 들어간 방향으로 더욱 밀어넣는 방법으로 - 손가락 피부를 관통해서 - 꺼냈던 기억이 난다.


적절한 조치였기 때문에 후유증은 없었지만 그 당시 워낙 충격을 받은 탓인지 아직도 낚싯바늘이 무섭다.


바닷가에 갈 일이 있을 때에는 낚시하는 사람들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을 정도니까.


어쨌든 초등학생 때 이후로는 낚시를 가본 적이 없으니 낚시라면 아주 문외한인 채로 살아왔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이런 저런 힘든 일도 겪고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취미 생활이란 것에 눈 뜨기 시작했다.


사람들하고 부대끼는 게 너무나 싫어서 웬만한 활동은 엄두도 나지 않았고, 그렇다고 게임은 더 이상 재미가 없었다.


혼자 놀 수 있으면서도 새롭고 재미난 것이 뭐가 있나 찾아봤더니 낚시가 성미에 딱 맞는 듯했다.


우선 비슷한 일을 하는지라 죽이 잘 맞는 친구와 상의하여 낚시를 시작해 보기로했다. 물론 둘 다 초보라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런데 친구가 취미생활 따위에는 신경쓰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게 바빠지는 일이 생겼다.


하지만 이미 초보자용 원투낚싯대 세트를 구매했으므로 그냥 혼자서라도 가 보기로 했다.


원투낚시니 찌낚시니 루어낚시니 아무 개념도 모르는 채로 그렇게 내 낚시 인생은 시작되었다. (2016년 5월)



평소에도 혼자 차 타고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즐겼기에 장거리 운전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고, 무작정 핫하다는 낚시 포인트를 검색해보았다.


내가 가진 낚싯대가 원투낚싯대라는 것 정도만 알았기에 원투낚시 포인트 위주로 검색해 보았는데 울진 후정해수욕장에서 감성돔이란게 나온다고 했다.


무작정 그곳으로 달려갔고, 도착한 해수욕장에는 그러나 길다란 낚싯대로 중무장한 조사님들이 꽤 있었다.


채비를 던지는 법조차 잘 몰라서 그 옆에서 던져댈 용기도 안났고 무엇보다 의미 있는 수심까지 던지기에는 장비가 역부족인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울진부터 해안도로를 따라 북상하며 캐스팅 연습을 할 만하면서도 별로 사람이 없이 힐링할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해질녘에 봉평해수욕장이란 곳까지 흘러갔는데 주변이 조용하길래 포인트가 좋든 말든 그냥 던지기나 해보자는 생각으로 자리를 폈다.


채비법, 줄 묶는 법, 지렁이 꿰는 법 모두 생소했고(아직도 지렁이는 맨손으로 못 잡는다)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첫 캐스팅을 했다.


생각보다 캐스팅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비거리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꾸 반복하다 보니 어느 정도 익숙해 지는 것 같았고, 고기가 잡히든 안 잡히든 일단 참 뿌듯했다.


우리 나라 바다에는 어떤 고기가 있는지, 어디가 좋은 포인트인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렇게 던지고 기다리고 다시 끌어서 확인해보고를 반복하였다.


입질이란 것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어떤 게 입질인지, 파도나 바람에 흔들리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열심히 초릿대를 바라보았다.


참 여유롭기는 했다. 강태공이 세월을 낚는 다는 것이 이런 기분인 것인가!


몇 번의 캐스팅과 회수를 반복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그러다 지렁이가 잘 있나 보려고 채비를 회수하는데 아주 조금 낚싯대가 무거웠다.


바닥에 자갈이 많은 게 느껴졌기 때문에 작은 돌멩이라도 하나 끌려오나 싶었는데 웬걸!


뭔지는 모르겠지만 손바닥 만한 물고기 하나가 걸려 올라왔다!!! 이 때의 감격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어렸을 때야 이모부가 채비를 다 해주신 것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셋팅하고 내가 자리잡은 곳에서 처음으로 물고기란 것을 낚는 순간이었다.


너무나 기뻐서 연신 사진을 찍어대고 그나마 물고기를 좀 아는 친구한테 사진을 보내주니 놀래미란 것이란다.


이 때가 2016년 5월 1일이다.


그리고 전혀 쓸 일이 없을 것 같았던 두레박에 잡은 놀래미를 넣었다. 


초보인 탓에 무리하게 낚싯바늘을 빼서 그런지 놀래미가 힘이 없었지만...


그렇게 손맛 아닌 손맛을 보고 신이 나서 다시 낚시를 계속했고, 비슷한 사이즈의 놀래미 한 마리를 더 낚을 수 있었다.


어느덧 해가 지고 깜깜해졌기 때문에 무섭기도 해서 그렇게 감격적인 첫 낚시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그런데 두레박에 담아 놓았던 놀래미 두 마리가 죽어 있었다. 모아 놓고 한꺼번에 풀어주리라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먹을 수 있는 사이즈도 아니고 가져갈 것도 아니었는데 바로 풀어주지 않은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었다.


이후로는 작은 고기를 잡으면 그 때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바늘을 빼서 고이 살려서 보내준다.


지금 와서 알게 된 것인데, 바늘이 잘 빠지지 않으면 무리해서 빼기 보다는 바늘에 연결된 줄만 자르고 풀어 주는 쪽이 낫다고 한다.


왕초보의 첫번째 낚시는 불쌍한 놀래미들을 땅에 묻어주고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자전거 국토종주 경험담 및 팁 -1- 에 이은 글.



아래는 인천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할 시, 여유롭게 가는 계획이다.

** 2014년 정보 기준이며 물론 필자도 일부만 지켰다. 경험담과 조사 내용이 섞여 있다. 참고만 바란다.


-1일차-

아라서해갑문인증센터 ~ 양평 군립 미술관 인증센터 (102 km)

**보급도 좋고 가장 쉬운 코스다.


아침 : 아라인천여객터미널

        ** 내부에 식당이 있다.

점심 : 한강 근처 어딘가에서

        ** 대도시 중심부이므로 어딜 가도 밥 먹을 곳이 있다

저녁 : 팔당댐 근처에서


숙박 : 양평 근처 모텔에서(4~5만원)



-2일차-

양평 군립 미술관 인증센터 ~ 수안보 (130 km)

** 비내섬 인증센터에서 물 완전히 정비하고 가야한다(탄금대까지 20km가량은 아무것도 없다)

** 비내섬에서 탄금대 가는 길이 헷갈린다.

** 탄금대에서 수안보 가는 길은 조금 위험하다. 공사 때문에 덤프트럭이 다닌다. 지금(2017년)은 해결됐을 가능성이 높다.

** 대체로 충청도지역 길이 관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2014년 기준)


아침 : 근처 식당

점심 : 충주 진입 전 식당

저녁 : 수안보에서 해결


숙박 : 수안보 근처 모텔에서 투숙(관광지라 숙소가 많다, 숙박비 4~5만원)

** 수안보를 지나면 이화령 구간을 지나야 하므로 꼭 휴식 후 가기를 추천한다.



-3일차-

수안보 ~ 낙단보자전거길 인증센터 (100 km)

** 초코바나 양갱 등 수안보에 있는 마트에서 보급을 단단히 하고 출발하자(이화령을 넘어야 한다).

** 이화령은 자전거길은 자동차와 공유하는 방식이라 안전에 신경을 쓰자(통행량은 많지 않은듯)

** 경사는 생각보다 심하지 않다. 다만 지리하게 길 뿐이다.

** 수안보를 지나서 이화령인가 싶은 언덕이 나오는데 사실 아니다. 별 거 아니네 하고 기분좋게 넘고 나면 진짜가 나온다.

** 이화령 꼭대기에 인증센터가 있으며 여기서 좀 쉬자. 그리고 내려갈 때 정말로 조심해야 한다. 내리막길을 만끽하다가 천국을 만끽할수도...


아침 : 수안보 근처 식당에서 해결

점심 : 이화령에서 조금 내려가서 휴게소 식당이 있다.

        ** 매협재 지나서 상주자전거박물관에서 물 보충을 할 수 있다.

저녁 : 낙단보 근처에서 해결


숙박 : 낙단보 근처 모텔 4~5만



-4일차-

낙단보 ~ 합천 창녕보 (140 km)


아침 : 칠곡보 근처에서 해결

점심 : 고령보 편의점에서 해결

        ** 편의점이 꽤 크다. 2층에도 자전거 거치대가 있다.

        ** 중요한 것은 편의점에 문의하면 우회로를 알려주신다. 아예 복사한 종이를 주셨던 기억이 있다.

        ** 기억이 희미하기는 한데 창녕보 ~ 무심사 코스는 위험하고 힘들다고 우회를 권하셨던 것 같다. 물론 그냥 가는 분도 계신다.

        ** 참고로 우회로는 우회로라고 이정표가 있다.

        ** 편의점 이후로 보급을 할만한 곳이 거의 없었던 기억이 있다.

저녁 : 적교장 모텔 인근 슈퍼에서 해결


숙박 : 적교장 모텔. (본인은 직접 갔지만 창녕보 근처에서 픽업을 해주신다고 들었다)

        ** 매우 감사하게도 아주머니께서 세탁기를 돌려 주신다. 매일 빨래를 하던 지친 몸을 쉴 수가 있다.

        ** 주인아저씨도 너무나 친절하시다. 정말 감동의 눈물이 날 정도로 진심을 다해 챙겨 주신다.




-5일차-

합천 창녕보 ~ 낙동강하구둑 자전거길 인증센터 (134 km)

** 창녕보에서 함안보까지 가는 길에 박진고개, 영아지 고개를 넘어야 한다.

** 국토종주 최고의 난코스라고 한다. 필요하다면 우회로를 적교장 모텔 아저씨께 여쭤보자.(필자도 겁을 먹고 우회했는데 지금은 후회한다)

** 티맵이 있으면 창녕보에서 함안보 좌안 국도로 네비를 찍고 가는 것도 방법라 하시는데, 차도이므로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아침 : 모텔 앞에서 대충 해결

       ** 적교장 모텔 근처에 식당이 있기는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슈퍼도 있으니 알아서 해결하자.

       ** 함안보에 도착하면 무조건 음료를 가득 채우고 배도 가득 채우고 가야 한다. 앞으로 60 km 가량은 편의점도 그늘도 없다.

       ** 2014년 기준이긴 한데 정말로 아무것도 없다. 드넓고 뻥 뚫린 길 뿐이다. 물론 곧은 길 자체로 신이 나는 것은 여기가 제일 좋았다.

       ** 평지에서 내가 얼마까지 속도를 낼 수 있나 보고 싶으면 여기만한 곳도 드문 듯하다.

점심 : 양산 물문화관에 도착하면 아무것도 없다. 인증센터 지나서 자전거 도로를 타지 말고 왼쪽으로 가면 시가지가 있다. 거기서 해결하자.

       ** 조금 더 달리면 낙동강 하굿둑이다.


저녁은 둘째치고 대망의 종점이다. 성취감을 마음껏 만끽하자. 축하드린다. 

       ** 자전거로 왕복할 게 아니라면 돌아가는 표는 미리 예매하는게 좋다.

       ** 참고로 KTX는 자전거 휴대 시 이용을 못한다고 보면 되고 무궁화호는 자전거 거치 차량이 있는 경우는 가능하다고 한다(상하행 하루 1편씩)

       ** 사실상 버스밖에 없다. 물론 앞 바퀴를 분리해서 공간 차지를 최소화해야 한다.

       ** 터미널은 부산 서부 터미널, 부산 동부 터미널, 부한 종합 터미널 세 개가 있다.

       ** 도착지, 경유지, 시간대가 다 다르므로 검색해서 선택해야 한다.

       ** 서부터미널은 하굿둑에서 8km 정도이므로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다.

       ** 동부와 종합 터미널은 노포역에 있으며 38km 거리이므로 지하철을 타야 한다. 가까운 지하철 역은 하단역이며 1km 밖에 있다.


숙박 : 다 필요 없고 일단 쉬고 싶다면 남포동 근처에 모텔이 있다. 

        ** 참고로 낙동강하구둑 근처 시가지에도 잘 찾아보면 있기는 한데 시설이 엄청나게 별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 도착한 시간이 일과시간이라면 바로 낙동강하구둑 자전거길 인증센터에서 직원분에게 수첩을 검사받고 주소를 적는다. 

** 그러면 며칠 후에 해당 주소로 자전거 국토종주 인증서와 함께 메달도 온다.

** 무엇보다 안전한 라이딩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2014년 6월에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길을 따라 홀로 국토종주를 했다.

사진도 많이 찍고 자전거 블랙박스 영상도 전 구간에서 찍어 놓았는데 아직까지 정리를 하지 못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옛날 폴더를 뒤지다가 여행 직전에 간략히 적어 놓은 계획을 발견했다.

물론 계획대로 진행은 못했다. 늦잠을 자서 야간 라이딩을 주로 하는 등 파행의 연속이었다...

수안보 온천 다음엔 이화령 구간인데 해질녘에 진입했다가 일진광풍이 불어 날려온 벌에 쏘이고 천둥번개가 치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매우 무서운 라이딩을 하기도 했다. 주변에 사람도 없고 차도 없고 가로등도 없이 전조등에 의지해서 깜깜한 산길을 헉헉대며 올라갔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무섭다. 사실 무서워서 힘든 줄도 몰랐던 것은 개이득인 부분인듯.

경상남도 쪽에서는 펑크가 났는데 하필 예비로 준비해간 튜브조차 말썽이라서 자전거집을 찾느라 고생한 적도 있다. 적교장 모텔 아저씨가 많이 도와주셔서 참 감사했는데 잘 지내시는지 궁금하다. 다시 국토종주를 하면 찾아뵙기로 하였으나 그럴 기회를 마련하지 못해서 아쉽다.

전체적으로 길이 참 잘 되어 있으며, 자동차와 함께 달려야 하는 위험한 구간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다만 지자체별로 자전거길의 관리 상태가 달라서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관리 상태가 나쁜 경우도 자주 있엇다.

초보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 생고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가는 속도가 느릴수록 중간중간 물 보급을 할 위치도 신경써야 하고 식사와 잠자리는 어디서 해결해야할지 미리 고민을 해야 한다.

자칫하면 무인지경에서 전조등 배터리도 없이 깜깜한 시골길을 달려야 할수도 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외진 곳이라고 해도 긴급한 상황에는 119 등 도움을 청할 만한 곳이 있고 드문드문 지나가는 라이더들도 도움을 주실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큰 국토종주의 묘미는 뻥 뚫린 길을 달리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는 것이다. 

특히 도시에 태어나 빌딩숲이나 산으로 가로막힌 풍경에만 익숙했고, 마음껏 자전거 페달을 밟을 만한 기회가 없었던 분들은 정말 신날 것이다.

사람이 많은 대도시 하천변의 자전거길과는 완전히 다르다. 적어도 내 시야 안에는 아무 사람도 없고 내 마음대로 페달을 밟을 수 있고 신경쓰일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이 오롯이 자전거길의 풍경과 나만이 존재하는 순간들을 만끽할 수 있다.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풍경과 그 순간들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물론 종점까지 완주를 하고 나서 느껴지는 성취감도 무시하지 못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전거 국토종주를 하며 구경했던 풍광이 주는 감동이 더 대단했다.

글을 쓰는 이 순간 다시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조만간 다시 도전을 해야겠다. 그동안 체력은 바닥이 되었지만.


자전거 국토종주를 계획하는 분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 될까 하여 약간의 경험을 추가하여 당시 세웠던 계획을 올려보겠다.

다만 2014년의 경험이라 지금은 도로 상태 등의 환경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참고만 하시기를 권해드린다.

또한 구체적인 지명이나 갈림길 등도 당시 기준이므로 참고만 해주시길 바란다.



<국토종주 간단 팁>


** 국토종주 자전거길 수첩은 온라인, 오프라인 구매가 모두 가능하다. 오프라인 판매처는 다음 사이트 참고(http://www.bike.go.kr/cert/27)

** 인증센터의 도장밥이 말라붙었거나 해서 도장을 제대로 찍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인증센터의 사진을 찍으면 인정해준다고 한다.

** 인증센터 근처에는 보통 인근 숙소의 광고가 있다. 외진 곳은 전화하면 태우러 오기도 한다.

** 잠 만큼 중요한 게 보급이다. 경기도권을 벗어나면 무인지대가 많기 때문에 물/이온음료 충당에 신경써야 한다.

** 한번 크게 데여 보면 무거워도 음료수를 2~3개씩 지니고 다니게 된다. 초코바와 핫바 등 식량도 들고 있어야 한다. 외진 곳에서 탈진하면 낭패다.

** 엘리트코르사같은 큰 물통이 있으면 좋은데 이거 하나로는 모자랄 수도 있으므로 500ml 생수 정도는 추가로 갖고 있는 것을 추천한다.

** 특히나 자신의 속도가 느린 편이라면 다음 보급소까지는 멀고 멀어서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

** 펑크를 대비해서 펑크패치 키트는 가지고 가자. 예비로 타이어튜브도 챙기면 좋다.

** 손펌프도 기본이다. 타이어 공기압에 따라서 체력소모가 많이 차이난다.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1~3만원 정도면 구매가 가능하다.

** 기대와는 달리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불가피하게 야간주행을 해야 할 일이 생긴다. 따라서 밝은 전조등을 설치해야 한다.

** 중간중간 차도와 접하는 곳이 있다. 통행량이 많지는 않지만 차량과 함께 달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안전을 위해서 후미등(자체발광)을 꼭 달자.

** 패드바지나 패드속바지는 필수다. 이것이 없으면 어느덧 수건으로 안장을 감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물론 패드바지를 입어도 아프다.

** 옷은 빨리 마르는 것으로 한 벌, 숙소에서 입을 것 한 벌 정도가 필요하다. 숙소에서 재빨리 빨래를 하고 밤새 말린 후 입고 가야 한다.

** 백팩도 괜찮은데 허리가 아플 수도 있다. 자전거에 자전거용 짐가방을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멘소레담, 마데카솔, 대일밴드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그리고 쓸 일이 없는 것이 제일 좋다.

** 번호키는 꼭 챙기자. 잠시 밥먹을 때라도 채워둬야 마음이 편하다. 식사를 위해서는 근처 번화가로 나가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 길 찾는 법 : 필자의 경우 네이버 지도로 거의 다 해결되었다. 

** 스마트폰 거치대가 자전거에 있으면 좋다. 지도 어플을 켜 놓고 참고하면서 갈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큰 용량의 보조배터리는 필수다.

** 계획된 경로보다 더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따르지 않아도 무방하다. 단, 보급이나 난코스(e.g. 이화령)는 항상 염두해야 한다.

** 간혹 무아지경으로 타다 보면 계획과는 다른 자전거길로 빠지는 수가 있다. 특히 합수부에서 조심하자.

** 대부분 강변을 따라 자전거길이 있고 하천의 양쪽으로 길이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다리도 적절히 건너야 한다.

** 항상 지도를 참고하여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략적인 국토종주 일정은 다음 글에 포스팅하였으니 참고 바란다.

자전거 국토종주 경험담 및 팁 -2-





길고 긴 세월 동안 그토록 염원했던 이명박근혜 정권의 종말이 드디어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분노에 떨고, 치를 떨고, 두려움에 떨던 순간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집권 여당이 IMF를 일으켰음에도 기적처럼 나타났지만, 시간이 흐르며 어느덧 당연한 듯 여겼던 민주적 정부와 탈권위주의적 사회 분위기는 못 해먹어서 배고파진 이리떼의 잃어버린 10년 타령과 함께 철저히 짓밟혔다. 펜을 잡은 이리떼, 법전을 든 이리떼, 상아탑에 기생하는 이리떼, 그리고 돈을 움켜쥔 이리떼들은 그렇게 자신들을 인간처럼 대해주었던 대통령이 그들의 목줄을 놓자마자 시해했다. 또한 새롭게 목줄을 움켜쥐고 짐승의 노래를 목 놓아 불러주는 새 주인을 향해 충성을 맹세했고, 이들은 덩실덩실 함께 춤추며 민초와 국부를 도륙 내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허기를 채웠다. 다시는 잃고 싶지 않은 그들만의 세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우주의 기운이 대한민국을 도와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덕분에 칠흑같이 어두웠던 금수의 시간이 끝나고 마침내 다시 사람의 세상이 도래하려 한다.


엄혹했던 야만의 시간을 떠올리면 절절한 마음에 눈물지으며 삼보일배라도 하면서 투표장으로 향하고 싶다. 조국 광복을 눈앞에 두었던 대한의 백성들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싶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민심도 호의적이지만, 아직도 사람의 탈을 쓴 이리떼들이 짐승의 체취를 풍기며 발악 중이라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티끌만 한 힘이라도 모두 모아 다 함께 희망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데에 동의한다. 반드시 적폐 세력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아서 우리를 짓눌렀던 목줄을 풀어헤치고 인간다운 삶을 되찾아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내 목줄도, 우리의 목줄도 함께 풀려나길 기도했다.


그런데 나를 비롯한 일부가 간과한 점이 있었으니 우리도 누군가에겐 사람이 아닌 똥개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똥개들의 목줄은 당장은 풀리지 않을 것 같다. 모두가 알면서도 외면했지만, 사람 사는 세상을 추구하는 세력 속에 여우 무리가 똬리를 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유의 둔갑술로 똥개들을 유린하며 본인들의 인간다운 삶만을 추구했다. 그런데 똥개들은 아무런 힘도 없으니 짖어도 짖어도 들어주지 않는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여우떼의 배가 찰 때까지 똥개들은 또 물어뜯겨야 할 것이다. 광복 후 조국 분단과 친일파의 세상을 본 대한의 백성들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싶다.


더 이상 징징거리는 것도 지친다. 그리고 이러다가 천지개벽을 가져올 천재일우의 기회를 망쳐버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실상 똥개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도 거의 없다. 그저 이리떼보단 덜 아프겠지, 언젠간 우리도 목줄을 풀고 자유를 찾을 날이 있겠지 하며 마른침을 삼킬 뿐이다. 절대로 이리떼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보면 선뜻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아마도 이리떼의 세상이 끝나고 여우떼의 배까지 모조리 채우고 나면 우리의 목줄도 신경 써 주지 않을까? 그리고 누구보다 똥개들의 하울링에 귀를 기울여 주었던 어느 고마운 목동의 말을 믿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런데 그 날이 오면, 과연 우리는 여우떼를 몰아낼 수 있을까...